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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​년​의 시 (2011 Original Version)

from 천​년​의 시 by Sangnoksu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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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yrics

I. 봄새벽

하늘가 멀리 내 터오는 날
거센 바람 눈가에 스치매
깨어라 봄새벽이여

파릇한 꽃내음 오르는 날
강산들아 저 해를 맞아라
오너라 봄새벽이여

하늘이 열려 땅을 보리라
땅이 열려 나를 보리라
햇살 모두 눈을 뜨리라
이 날

깨어라 봄새벽이여
숨쉬라 봄새벽이여


II. 여름한낮

나비 여럿 날아간다 구름바다 넘실댄다
땀방울 튀어가매 멀리멀리 노닌다
바람 하나 파도 되어 나무 하나 사이에 끼고
온 천하 제 것인양 촐싹대면서 퍼런 하늘로 간다

너른 벌은 강을 끼고 작은 강은 숲을 끼고
겹겹이 쌓이며 휘돌아 춤을 춘다
새 한 마리 날에 취해 뻐꾹 뻐꾹
주사를 벌이다가 남은 이슬을 낚아채고서 간다

쇳빛 하늘 우중충하다 잎새들 서로 엉켜가니
논벼들은 다 고개 드매 서로 밀치며 쓰러지니
먹구름 떼가 몰려오고 바람이 포악해져가고
빗방울 후둑 떨어지고 천둥번개가 내리쳐온다

하얀 불이여 내 안에 깃드오
세상에 흐르는 저 물길처럼
들바람이여 나를 태워주오
이 몸이 한 줌 흙이 되도록

구름 사이 햇살 하나 고개 밀어 내비친다
얼룩진 바위들은 다물던 입을 연다
물안개가 질 즈음에 젖은 풀잎이 고개 든다
소나기 더 몰려와 폭포 위에서 맹렬히 퍼붓는다

비가 내려 홍수난다 햇살 내려 가뭄난다
하늘의 창날은 결국엔 무디노라
잿빛 하늘 시드노니 태풍이 온다
물난리 벌어지며 모두 쓸려가 민둥산으로 간다

한 백년은 일 년과 같고 한 일년은 하루와 같고
하루가 지금 끝나가매 동산에 무지개가 뜨니
잔해들 모두 거두고서 노을 아래서 만나리라
아침을 여는 빛은 지금 저녁을 향해 날아가노라

하얀 불이여 내 안에 깃드오
세상에 흐르는 저 물길처럼
들바람이여 나를 태워주오
이 몸이 한 줌 흙이 되도록

하늘의 빛에 태어나고
하늘의 삶을 살아가고
땅의 온기에 뼈를 묻어 지노라
새 아침이 환히 열리면
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
태어나리라


III. 가을저녁

(연주곡)


IV. 겨울밤

어느 먼 메아리는
마른 흙 위를 적시며 퍼져나가고
여기 나의 육신은
밤이불 덮고 잠드네
달아 울음 그치라
갈 곳 없는 나날과 파묻히리라
오너라 겨울밤이여

별똥별은 이른다
이 겨울 또한 얼마 후 지나가리라
시냇물은 이른다
어둠은 빛을 부르리라
새 아침이 오거든
이 한 몸 다시 하얗게 태어나리라
흘러라 겨울밤이여

삼 년
이 년
일 년
─다시 천 년

깨어라 봄새벽이여
오너라 봄새벽이여
숨쉬라 봄새벽이여
흘러라 봄새벽이여

깨어나리라

credits

from 천​년​의 시, released July 27, 201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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